7일 '2월 경제동향' 발표…1월보다 높은 경고 수위
공공요금 인상에 '물가 상승세' 확대…고용 증가세도 악화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우리나라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세가 심화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 진단이 나왔다. 고물가·고금리 상황 속에서 수출 부진 영향으로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 경제가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한 지 한 달 만에 내놓은 한층 어두운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간한 '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둔화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올해부터는 경기둔화가 가시화하고, 또 악화하면서 본격적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의 경제 분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KDI는 지난해 11월 경기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12월 들어 경기둔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지난달에는 "경기둔화가 가시화됐다"며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경기 진단이 어두워진 배경으로는 수출 부진을 꼽았다. 글로벌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서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6% 급감하며 전월(-9.6%)보다 감소 폭을 키웠다. 품목별로는 자동차가 21.9% 증가했지만 반도체가 44.5% 내려앉았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1월 -29.9%에서 12월 -29.1%, 1월 –44.5%로 급감하고 있다. 이어 철강(-25.9%), 석유화학(-25.0%)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이 심화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중 수출은 지난 12월(-27.1%)보다 확대된 -31.4%였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던 대미 수출도 6.1% 감소하면서 대부분 국가에서 부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제조업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12월 전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0.8% 감소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1.6% 하락했다. 자동차(12.1%)는 증가했으나, 반도체(-15.8%), 전자부품(-41.5%), 화학제품(-16.0%) 등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하면서 광공업 생산은 7.3% 후퇴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로 전월(72.8%)보다 급락하고, 재고율(126.0%)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부진을 이어갔다.
작년 12월 설비투자는 수출 감소에 따른 제조업 부진이 반영되면서 전월(10.7%)보다 낮은 증가 폭인 3.2%를 기록했다.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36.5%)는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기계류 수입액(-1.8%)도 감소로 전환했다.
2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66으로 지난달(71)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비제조업BSI도 전월(76)보다 낮아진 72로 확인됐다. BSI는 경기 동향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한 지표다. 부정 응답이 긍정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 및 음식점업(16.4%), 금융 및 보험업(11.3%)을 중심으로 3.7% 증가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0.2%를 기록하는 등 4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도 1년 전보다 2.5% 감소했다. 내구재(-5.1%), 비내구재(-2.3%) 등이 감소한 탓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도 90.7을 기록하며 기준치(100)를 하회했다.
건설 투자는 고금리로 인한 주택 경기 하락으로 3.1% 줄었다. 건축 부문은 공사비 증액 갈등, 기상 여건 악화, 화물노조 파업 등 영향으로 일부 도시정비 사업이 지연되면서 2.4% 떨어졌고 토목 부문도 4.6% 쪼그라들었다.
소비자물가는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여파로 전월(5.0%)보다 높은 5.2%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흐름이 반영된 근원물가(4.1%) 상승률도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KDI는 "1월 소비자물가는 전기료 인상에 주로 기인해 상승률이 올랐으나, 전기료 이외 부문에서는 전월과 유사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고용 증가세도 약화하는 모양새다. 12월 월별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비 50만9000명 늘었지만,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 폭이 줄고 있다. KDI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기둔화가 반영되면서 고용 증가세까지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다만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종합지수가 급락했고 경제 심리지수도 낮은 수준을 지속했지만, 대내외 통화긴축 강화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것이 KDI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