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화전마을과 한국항공대학교의 동행' 캠페인 발대식
학생 500여명 모바일 투표, 화전 맛집 선정…현판식 실시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한국항공대학교 구성원들이 지역 상권 살리기에 나섰다.
24일 한국항공대는 '화전마을과 한국항공대학교의 동행' 발대식을 가졌다. 이 캠페인은 학교 소재지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일대의 상권 회복을 골자로 한다.
이곳은 서울시에서 고양시로 나가는 연결 통로 역할을 한다. 중앙로나 경의중앙선 화전역을 통하면 서울 은평구 수색동과 곧바로 이어진다. 그러나 개발 제한 구역·군사 보호 구역 등 각종 규제 탓에 학교 주변 풍경의 시계는 1970~1980년대에 그대로 멈춰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들의 발길도 자연스레 뜸해져 주변 상권 역시 쇠퇴기를 맞았다. 차제에 화전역 인근 창릉 신도시가 조성될 경우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나, 현 시점에서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것이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의 중론이다.
때문에 항공대 제49대 총학생회 '하랑'은 피폐해진 화전동 상권을 회복시켜 학교 앞 거리 풍경을 바꾸고, 새로운 캠퍼스 문화를 만들어내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우선 총학생회는 착한 가게를 선정해 현판을 부착하고,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해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해에는 2주일 간 486명의 학생들이 모바일 투표를 통해 맛있고 인심 좋은 착한 가게 △골뱅이2 △꼬기꼬기 △두꺼비 하우스 △용두동 고흥 주꾸미 △제주라면 △청춘상회 등 6개 업소를 선정해 '2023 항슐랭 맛집' 현판을 걸어줬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착한 가게로 선정된 청춘상회의 한길심 사장은 "이렇게 우리 가게를 항공대 맛집으로 꼽아줘 너무나도 감사하다"며 "항대 앞에서 33년 간 장사를 해왔는데, 앞으로도 이 같은 인연을 오래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 총장과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홍남기 석좌교수도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허 총장은 "학생들과 교직원 5000여명이 매일 드나드는 학교 앞 상권이 너무 침체돼 있는 게 늘 안타까웠는데, 총학생회가 이 같은 캠페인을 기획해줘 감사하다"며 "앞으로 우리 대학 구성원 모두가 지역 상권 살리기에 함께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항슐랭에 선정된 한 음식점 사장은 대학 측에 성금을 기부했다. 이와 관련, 허 총장은 "상인들이 장학금이나 발전 기금조로 출연해도 절대 받지 말고 되돌려주라고 특별 지시했다"며 "항슐랭 맛집으로 선정했다고 해서 음식값을 깎으려 하지 않을테니 가성비 높은 서비스로 고객인 학교 구성원들을 맞이하는 것이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홍 석좌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대학이 중심이 돼 지역 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는 좋은 사례가 많다"며 "그런 연유에서 총학생회가 화전동 주민·지역 상권과 동행하는 이 자리는 매우 뜻깊은 자리"라고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 홍대입구나 건대입구처럼 항공대입구도 지역 상권과 대학 문화가 함께 살아나는 우수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대학교 차원에서 지역 상권 살리기에 직접 나서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총장과 총학생회의 경제살리기에 전직 경제부총리까지 동참해 지역 상인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종민 화전동 행정복지센터장(동장)은 "화전동을 대표해 한국항공대 총학생회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이 캠페인이 지역 발전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차건호 육군 11항공단장·이재득 한국항공대 공군 학군단장 등 지역 관계자들도 자리했다
한편 1952년 부산에서 개교한 항공대는 서울 용산을 거쳐 1963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을 터전으로 삼았고, 올해는 화전 캠퍼스 조성 60주년이다. 항공대는 지역 사회와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최근 고양특례시와 공동으로 '2023년 경기도 역사·문화·생태 관광융합콘텐츠 개발 공모'에 참가해 화전마을과 함께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경의중앙선 화전역을 중심으로 하는 항공대와 화전동 벽화마을, 고양시 드론 앵커 센터를 도보로 연결하는 관광 콘텐츠인 '비행 청년과 화전에 막걸리 한잔'은 대학과 지역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우수 아이디어로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