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4대 개혁 위해선 재벌개혁 병행”...이종걸 “여야 손잡고 재벌개혁 시작하자” 전국경제인연합회 “재벌개혁 보다 노동시장 유연케하는 노동개혁 추진해야”
[매일일보 민경미 기자] 정치권에서 재벌개혁에 대해 더욱 더 고삐를 죄기 시작했지만 실제로 개혁으로 이어질지 그저 단순한 겁주기로 끝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제기된 재벌개혁 문제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이라 여야가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선거철에 늘 등장하는 구태의연한 공약이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지금껏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이라는 카드를 늘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재벌개혁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친 재벌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야는 이번 4월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호기롭게 재벌개혁이라는 공약을 사실상 내걸었다. 또한 올해 국정감사에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조대식 SK㈜ 사장, 조현준 효성 사장,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재벌개혁의 물꼬를 트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일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4대 개혁(노동·교육·금융·공공)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벌개혁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시장지배력 남용, 불공정거래를 통해 불법·편법으로 부를 쌓는 재벌들의 행위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다만 “재벌개혁이 반기업 정책으로 변질돼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가 성장하도록 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재벌개혁 의지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이 원내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어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재벌개혁을 피력한 것에 감동했다. 여당 대표가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라며 “여야가 손잡고 재벌개혁을 시작해 이번 정기국회 내에 성과를 내자”고 호소했다.그는 1998년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마련한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비롯한 기업 구조개혁 5대 원칙과, 변칙상속 차단을 비롯한 재벌개혁 후속 3대 보완대책을 언급하며 “당시 재벌과 사회적으로 합의됐던 이 ‘5+3 원칙’으로부터 다시 재벌개혁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또한 “대기업 노동자는 시간을 양보해달라”며 노동시간 단축, 정시퇴근제, 여름집중휴가제 등을 제시했고, “재벌 대기업은 ‘이익’을 양보해달라”며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 504조원의 1%인 5조원만 고용창출 투자에 사용해도 비정규직 50만명을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정치권의 이같은 재벌개혁 추진 움직임에 대해 재벌개혁 논쟁보다는 고용·투자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전경련은 최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힘을 얻은 데 대해서도 "정부가 획일적 소유지배 구조를 강요하면 기업이 투자에 쓸 자금을 지배구조 개편에 쓰게 돼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