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라 회장의 차명계좌 계설에 관여한 신한은행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서도 중징계와 경징계 방침을 각각 전달했지만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은 최근 신한은행에 대한 현장조사에서 라 회장이 차명계좌 개설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50억 비자금’과 관련해 라응찬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라는 정치권의 요구가 거세지자, 지난 8월 신한은행에 검사팀을 파견해 한달 가량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번 중징계 방침 통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라 회장이) 다른 사람에게 차명계좌를 만들도록 지시한 뒤 자신의 돈을 관리한 것을 확인했고 물증도 확보했다”면서 “신한금융의 소명자료가 오는 대로 이를 검토한 뒤 중징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신한금융 측이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폐기하는 등 금감원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행위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는 다음번 제재심의가 열리는 11월 4일 이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라 회장이 중징계를 받을 경우 향후 3~5년간 금융기관의 임원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라 회장을 비롯해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등 '신한사태 3인방'의 동반퇴진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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