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국내 증시는 바닥을 뚫었고, 환율은 천정을 뚫었다. 고강도 긴축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함께 유럽발 악재, 달러 강세 등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원·달러 환율은 개장부터 연고점을 기록하며 1430원선에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환율 상승으로 인해 3%, 5%대 하락하며 모두 연저점이 붕괴됐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9.06포인트(3.02%) 하락한 2220.94에, 코스닥 지수는 36.99포인트(5.07%) 하락한 692.37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가 기록한 3%대 하락폭은 아시아 주요 증시 중 최대 낙폭일 정도다. 오후 3시30분 기준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66%, 호주의 ASX지수는 1.39%,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0.87%, 홍콩 항셍지수는 0.77%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가 곤두박질 친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이어 원화가치가 급락하자 패닉셀이 이어지면서다.
실제 환율은 1500원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될만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22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장중 1435.1원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개장 시점 환율은 1419원이었으나 오후 내내 상승세를 보이며 장 마감 직전 1435원까지 상승폭을 확대했다. 환율이 장중 143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17일(장중 1436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이다.
이날 오전 외환당국도 환율 급등에 시장안정화 메시지를 내놨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비상경제대응TF 회의에서 "최근 우리 금융시장이 주요국과 동조가 심화된 측면이 있으므로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대응체계를 유지하며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해 달라"고 밝혔으나 오후 들어 상승폭은 확대됐다.
주요 6개국 통화가치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도 113선을 돌파했다. 지난 주말 영국의 감세정책에 파운드화가 급락했고, 엔화·위안화 급락으로 인해 아시아 통화 가치도 동반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아시아의 대표 통화인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급락하고 있어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이 충분하다"며 "엔화 가치가 2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위안화도 2년내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 지난 금요일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며 하락 출발한 한국 증시는 장중 낙폭을 확대했다"며 "이는 영국 파운드화의 추가적인 급락에 따른 달러 강세로 원·달러환율이 143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약세폭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월 FOMC 이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 기조가 유지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금리 상승과 달러 초강세가 연동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