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성매매 여성들의 ‘세상 맞장’]성매매 꼬리표에 당당히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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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성매매 여성들의 ‘세상 맞장’]성매매 꼬리표에 당당히 맞서다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10.31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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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꺼려하던 그녀들이 작가·모델로… ‘위풍당당’ 사진전 가져

現 성매매 여성에게 “탈성매매만이 최선의 길이다” 조언도
 “사각앵글 통해 ‘몰랐던’ 아름다운 세상 처음 맛 봐” 고백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세상 밖으로 나오길 꺼려하던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세상으로의 ‘당당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내건 사진작품을 들고 세상과의 ‘맞짱’에 나선 것.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단체인 막달레나 집 주최로 29일부터 나흘간 서울 종로 포스갤러리에서 열리는 ‘모든 것이 되는 시간-위풍당당 그녀들’ 사진전에 7명의 탈성매매 여성들이 작가 또는 모델로 참여했다. 이 사진전은 막달레나 집에서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치유 프로그램 중 하나인 사진강좌의 결과물이다.

지난 29일 그녀들의 ‘생애 첫 전시회’장인 포스갤러리에서 잔뜩 상기된 얼굴로 관람객들을 맞고 있던 두 명의 탈성매매 여성을 만났다.

▲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단체인 막달레나 집 주최로 29일부터 나흘간 서울 종로 포스갤러리에서 열렸던 ‘모든 것이 되는 시간-위풍당당 그녀들’ 사진전에 7명의 탈성매매 여성들이 작가로 또 모델로 참여했다.
#1 세상과의 ‘작은 소통’ 시작

“사진 찍히는 게 두려웠던 탓인지 살면서 자연스레 사진 찍을 일도 없었어요. ‘사진’이란 나와 상관없는 것이었다는 게 맞는 말이겠죠. 사진기도 난생 처음 잡아봤으니까요.”이렇게 말하는 성매매 피해여성 유모(29)씨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유씨는 이어 “이전에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느껴보지 못했다”며 “용기를 내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섰는데 예쁜 꽃과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메라 앵글 속에 ‘아름다움’을 담고 싶은 강한 충동이 들어 산으로 들로 돌아다녔다”고 밝게 웃어보였다. 그녀와 세상의 작은 ‘소통’이 시작된 것.지난 10년의 세월을 윤락업소에서 보낸 유씨. 성매매를 하게 된 사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을 회피하던 그녀가 탈성매매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너무 힘들었다” “정말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성매매업소에서 일을 하면서 자궁에 문제도 생기고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어요. 법의 도움을 받기 위해 법무사 사무실을 찾았는데 그 곳에서 막달레나의 집을 소개해줘 그 덕분에 지금 이렇게 웃으면서 지내고 있죠.”그녀가 성매매업소를 나온 지는 1년여. 현재 유씨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잃어버린 10년과 자신에게 맞는 적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2 ‘행복’의 방법을 깨닫다

▲ 성매매피해 여성 윤씨(29)는 윤락업소에서 일하는 동안“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사진은 윤씨의 작품‘어둠 속의 빛처럼’.
크고 동그란 눈 덕분인지 예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외모를 유지하고 있던 김모(60)씨. 젊은 시절, 서울 용산 등 성매매 집결지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는 김씨 역시 이번 사진강좌를 통해 사진기를 처음으로 잡았다.

김씨는 “사진기 너머로 그 동안 ‘모르고 싶었던’ ‘모르고 지냈던’ 행복한 세상이 보였다”면서 “사진강좌가 끝나 빌렸던 카메라를 돌려 줬는데 벌써부터 손이 허전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사진강좌가 안겨준 진짜 선물은 ‘사각앵글’ 속 세상이 아닌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눈’이라는 것은 그녀도 잘 알고 있을 터.그렇지만 여전히 가족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김씨다. 김씨는 “10여년 전 성매매업소에서 나온 후 모 방송국 아침 프로그램을 통해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았다”며 “그런데 가족들을 명절 때 외에는 자주 만나지 못한다. 내가 잘 돼 있으면 자주 만날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 차례 아픔을 겪었기 때문일까. 김씨는 현재도 성매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성매매업소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라. 그게 자신의 행복을 찾는 최선의 길이고, 그들이 살 수 있는 길이다.”옆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씨도 거들었다. “‘성매매’라는 게 한 순간에 자신을 망가뜨릴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돈을 벌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며 “‘배운 게 도둑질’는 말이 있듯 그 곳에서 쉽게 버는 돈 맛을 들이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없게 된다”고 한탄 했다.유씨는 이어 “하루 빨리 윤락업소에서 나와 무얼 배우던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찾아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3 ‘위풍당당’ 세상에 맞서라

이날 김씨와 유씨를 비롯한 7명의 탈성매매 여성들은 ‘처음으로’ 세상과 만났다. 사진 찍기를 싫어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 또한 꺼려하던 그녀들이 사진작가로, 또 모델로 당당하게 세상에 맞섰다.

이와 관련 막달레나 집 이옥정 대표는 “이번 ‘위풍당당 그녀들’ 사진전은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세상에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낸 첫 걸음”이라며 “그녀들이 이 사회에 당당한 여성으로 용감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주의의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세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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