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울리는 시각장애연주자 'MC'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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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울리는 시각장애연주자 'MC' 도전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5.09.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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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덕 "앞을 보지 못하지만 프로 진행 문제 없을 것"

알몸 노출 사건으로 폐지된 '음악캠프' 바통터치

한국 대중음악계의 대표적인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31)씨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10일 오후 4시 방송된 MBC TV의 ‘전제덕의 마음으로 보는 콘서트’의 진행자가 된 것이다.

전제덕은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하모니카 연주음반을 내놔 조명을 받아왔다. 그는 자신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을 내용으로 한 KT의 TV광고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TV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인디밴드 ‘카우캄의 알몸 노출 사건으로 폐지된 ‘생방송 음악캠프’ 시간대를 대신해 편성된 프로를 맡게 되었다.

이에 대해 MBC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반응을 보고 정규편성 여부를 결정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MBC 고재형 PD는 “파격적인 형식의 음악 프로그램이어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면서 “전제덕의 뛰어난 음악성과 함께 감동적 인생역정에 주목해 진행자로 낙점했다”고 말했다.

전제덕은 “너무 갑작스러운 제의를 받아 얼떨떨하지만 라이브 음악의 참 맛과 멋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다만 제가 연주자라는 사실이 새 음악 프로그램 MC로서 주목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됐으면 합니다. 시각장애인이라서가 아니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TV 프로그램 진행은 전혀 새로운 일이에요. 저는 완전한 백지상태라 걱정한다는 것조차 어색해요.” 라고 밝혔다. 새로 도전하는 분야에 대한 걱정은 있었지만 전제덕은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풀어가고자 한다.

전제덕은 이 프로그램에서 동료 성시경과 함께 MC몽, 김종국, 거미, 유리상자 등 가수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하모니카를 불며 이들의 노래를 떠안는다.

그는 “앞을 못 본다는 게 진행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게다가 기분 좋은 ‘술친구’ 성시경씨와 함께라서 든든해요” 라고 말했다.

전제덕은 생후 15일 만에 원인 모를 열병을 앓은 이후로 앞을 보지 못했지만 하모니카 연주에 있어서는 명실공히 최고로 인정받는다.

그와 음악과의 인연은 시각장애자 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에서 시작됐다. 초등학생 시절, 가슴을 울리는 타악(打樂)의 호쾌함에 매료돼 교내 브라스 밴드에서 북을 쳤고 중학생 때는 사물놀이패에 들어가 장구에 빠졌다.

사물놀이를 할 때 시각장애 때문에 악보를 볼 수 없어 사물놀이 스승에게서 소리와 장단을 듣는 것으로 음을 익히며 연주법을 배웠다.

졸업 후,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일원이 됐다. 그런데 96년 또 다른 전기(轉機)가 찾아왔다. 라디오를 통해 우연히 벨기에의 세계적인 하모니카 연주자 투츠 틸레망스(Toots hielemans)의 따뜻한 음색을 접했던 것이다.

그는 쉽고 하찮게 여겨졌던 하모니카의 연주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전율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후 그는 장구를 치는 틈틈이 하모니카를 집어들었다.

그러나 하모니카를 시작할 당시 지도해줄 사람이 없어 혼자서 독학을 했다. 하지만 전제덕의 음악적 자질은 하모니카 연주에서 눈부시게 발휘됐고 가끔 그의 음악을 들은 재즈연주가 김광민교수(MBC ‘수요예술무대’ 진행자)가 공식적으로 연주를 제의해 대중음악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거의 필사적으로 음악을 했다고 한다. 이유에 대해 그는 “안마사가 되기 싫었어요. 10대 시절부터 ‘시각장애인은 사회에 나가 안마밖에 할 게 없나’ 하는 생각에 고뇌를 했어요. 그리곤 되든 안 되든 음악으로 최선을 다해보자 결심했지요.”라고 밝혔다.

전제덕은 “관악기들은 대부분 숨을 내쉴 때 소리가 나지만 하모니카는 들숨으로도 날숨으로도 연주하는 악기라서 사람의 숨결을 그대로 전달해 줘요. 악기를 감싼 손의 온기(溫氣)가 퍼져나가는 음에 묻어난다는 점도 매력이죠.”라며 하모니카에 대한 그의 애정을 나타냈다.

전제덕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또 조성모, 김범수, 조규찬, BMK, 김정민 등 숱한 대중가수들의 리코딩 세션에 참여했다. 지난해 10월엔 첫 하모니카 연주 음반을 발표하며 음악계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 데뷔앨범은 2005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 6월에는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그의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이 콘서트에서 그는 ‘아랑훼즈’와 같은 고난도의 곡을 소화해 내느라 수없이 많은 날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그는 기존 세미 클래식이나 팝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으로 곡들을 풀어냈다. 귀에 익은 멜로디를 적절히 편곡, 변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반적인 ‘경음악’의 수준을 초월해 전혀 결이 다른 음 조직을 구현해 내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재즈 하모니카 버전 아랑훼즈가 탄생한 것이다.

그는 “이삼년 전부터 혼자 연습해 오던 것인데, 지난 해 12월께 동료들한테 함께 하자고 제의해 봤더니 모두 찬성하더군요. 다들 좋아해 아이디어가 마구 분출하는 바람에 정말 즐거운 연습이 됐어요. 이후 클럽이나 방송 등에서 간간이 소개해 왔죠.”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는 끊임없이 연습하고 도전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그의 음악적 열정을 방해하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그를 천재적 음악연주가라고 극찬한다. 하지만 그의 천재성은 비장애 연주자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의 고된 연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제덕은 “많은 연습 때문에 하나의 하모니카를 사면 한달 이상을 쓰지 못한다”고 말한다. 지금 이렇게 대중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까지 그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음악 프로그램의 진행자라는 새로운 분야 역시 지금까지의 그처럼 잘 해낼 것이라 사람들은 믿는 것이다.

전제덕은 솔직하게 말한다. “방송 진행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의 바램처럼 시청자들 또한 전제덕이 마음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오래도록 계속되기를 바란다.

한편 최근 TV 무대에서는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박대운씨가 KBS2 ‘폭소클럽’의 개그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신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이창순씨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엷의 코너 MC로 활동하며 시청자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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